가을 나들이에 좋은 서울 통인시장 가을 엽전 도시락 페스티벌 (엽전으로 기름떡볶이·떡갈비 담기, 경복궁·서촌 골목 가을 코스, 도시락 들고 서촌 골목 걷기)
서촌을 처음 걷다가 우연히 통인시장으로 들어선 날이 기억납니다.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시장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데, 첫인상은 솔직히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광장시장이나 망원시장처럼 규모가 크지 않아서 금방 다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좁은 통로 양옆으로 반찬 가게, 분식 가게, 한과 가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고, 그 중간중간에 엽전을 들고 다니며 음식을 사 먹는 관광객들이 보였습니다. 엽전으로 음식을 산다는 개념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이게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에 위치한 통인시장은 1941년 일제강점기에 공설 시장으로 개설된 오래된 시장으로, 경복궁과 서촌 마을, 인왕산을 품은 역사적인 동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매년 가을이면 이 시장만의 독특한 문화인 엽전 도시락 페스티벌이 더욱 풍성하게 펼쳐지면서 전국 각지의 방문객을 끌어모읍니다. 오늘은 통인시장 가을 엽전 도시락 페스티벌의 매력을 실제 경험과 함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엽전 들고 기름떡볶이·떡갈비 담기, 통인시장에서만 가능한 도시락 경험
통인시장을 다른 전통시장과 완전히 구별 짓는 것이 바로 엽전 도시락 시스템입니다. 시장 안 고객만족센터에서 현금을 내고 엽전으로 교환한 뒤, 도시락 통을 들고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반찬을 엽전으로 사서 담아 먹는 방식입니다. 엽전 한 닢에 100원 상당으로 교환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교환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처음 이 시스템을 접하면 왜 그냥 현금을 쓰지 않고 엽전으로 바꾸는 걸까 싶은데, 막상 엽전을 손에 쥐고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엽전이라는 물성이 주는 특별한 감각이 평범한 시장 방문을 하나의 경험으로 바꿔줍니다. 조선시대 장터에서 물건을 사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 소소한 재미가 아이들에게는 특히 인기를 끕니다. 통인시장의 대표 먹거리인 기름떡볶이는 이 엽전 도시락의 핵심 메뉴입니다. 일반적인 고추장 떡볶이가 아니라 간장 양념으로 볶아낸 기름떡볶이는 자극적이지 않고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이 기름떡볶이가 통인시장에서 시작된 음식이라는 설이 있을 만큼, 시장을 대표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약김밥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통인시장 특유의 손맛이 더해진 이곳의 마약김밥은 엽전 몇 닢이면 한 줄을 살 수 있어서 도시락 통 안에 넣기에도 좋습니다. 떡갈비도 가을 축제 기간에 특히 인기를 끄는 메뉴입니다. 부드럽게 다진 고기를 떡처럼 빚어 구워낸 떡갈비는 한 입 크기로 나오기 때문에 도시락 반찬으로 딱 맞습니다. 가을 축제 기간에는 평소보다 다양한 계절 반찬들이 추가됩니다. 가을 제철 나물 반찬, 호박전, 고구마 맛탕 등 가을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들이 각 가게마다 특별 메뉴로 등장합니다. 시장 안 반찬 가게들이 저마다 정성껏 만든 반찬을 도시락 통에 하나씩 담다 보면, 어느새 알록달록한 한 끼 밥상이 완성됩니다.
경복궁·서촌 골목과 함께하는 가을 코스, 시장 하나로 하루가 꽉 찹니다
통인시장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주변 환경입니다. 시장 바로 옆에 경복궁이 있고, 시장을 중심으로 서촌 마을과 인왕산이 연결됩니다. 이 세 가지를 하루에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통인시장 방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서촌은 조선시대부터 중인 계층이 모여 살던 동네로,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 사이사이에 한옥과 근대 건축물이 섞여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인 윤동주가 살던 하숙집 터와 화가 이상범의 화실이 있던 자리 등 문화적 흔적이 골목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가을이면 서촌 골목의 낮은 담장 너머로 단풍이 물들고, 그 골목을 따라 걷다가 통인시장으로 들어서는 코스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산책 코스 중 하나입니다. 인왕산도 가을 시즌에 통인시장과 함께 묶어 방문하기 좋은 곳입니다. 시장에서 도시락을 완성한 뒤 인왕산 입구까지 걸어 올라가 산 중턱에 자리를 잡고 직접 만든 엽전 도시락을 펼쳐 먹는 경험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한 끼가 됩니다. 가을 축제 기간에는 시장 안과 서촌 골목 일대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함께 열립니다. 전통 한과 만들기 체험, 서촌 역사 탐방 프로그램, 지역 예술가들의 골목 전시 등이 시장 축제와 연계되어 진행됩니다. 한과는 통인시장의 대표 판매품 중 하나로, 가을 축제 기간에는 직접 한과를 만들어보는 체험 부스가 특히 인기를 끕니다. 깨강정, 약과, 정과 등 전통 한과를 직접 만들어 포장해서 선물로 가져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교통은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 7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습니다. 주차는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서촌 골목의 특성상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으므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합니다.
도시락 들고 서촌 골목 걷기, 엽전 하나가 만들어준 특별한 가을 오후
가을 축제 기간 평일 오후에 통인시장을 찾았습니다.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자하문로 골목을 따라 걸으니 서촌 특유의 조용하고 아담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낮은 건물들 사이로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골목을 걸어 시장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고객만족센터에서 엽전 다섯 닢과 도시락 통을 교환하고 골목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손에 엽전을 쥐자마자 왠지 모르게 신이 났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이런 느낌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엽전이라는 물건이 주는 감각이 생각보다 특별했습니다. 첫 번째로 향한 곳은 기름떡볶이 가게였습니다. 간장 양념이 쫄깃한 떡에 스며든 기름떡볶이를 도시락 통에 담으면서, 이게 왜 통인시장의 대표 메뉴인지 바로 이해했습니다. 고추장 떡볶이의 자극적인 맛과는 완전히 다른,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마약김밥 두 줄을 담고, 떡갈비 두 점을 추가하고, 가을 나물 반찬 한 가지를 얹으니 도시락 통이 제법 그럴싸하게 채워졌습니다. 시장 안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을 펼쳤습니다. 옆 테이블에는 외국인 여행객 두 명이 서툰 손놀림으로 반찬을 집어 먹으면서 연신 감탄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엽전 도시락이 외국인들에게도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시장 골목을 한 바퀴 더 돌았습니다. 한과 가게 앞에서 약과 만들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반죽을 빚고 있었고, 그 옆에서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시장을 나와 서촌 골목을 따라 인왕산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습니다. 노란 은행잎이 골목 바닥에 떨어져 쌓이고, 멀리 경복궁 지붕이 단풍 사이로 보이는 그 풍경 속에서, 도시락 통을 들고 골목을 걷던 그 오후의 느낌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인시장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시장이 품고 있는 것들, 엽전 도시락의 특별한 경험, 서촌 골목의 가을 정취, 경복궁과 인왕산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모두 합쳐지면 하루를 온전히 채우고도 남는 여행이 됩니다.
참고 문헌 및 사이트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시장애 앱: www.sijangsine.com
- 서울시 종로구청 문화관광 페이지: www.jongno.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