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에 좋은 정선 아리랑시장 가을 대축제 완벽 가이드 (5일에 한 번 열리는 전통 장터의 특별함, 곤드레밥·메밀전병·올챙이국수 강원 밥상, 장터 할머니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가을 정선)
정선에 가기로 마음먹은 건 순전히 5일장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5일장이라니, 처음엔 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매일 여는 시장도 아니고, 5일에 한 번씩만 열리는 장터라는 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제게는 거의 경험해본 적 없는 개념이었습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정선읍내로 들어서는 순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확 달라졌습니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안에 자리 잡은 작은 읍내,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장이 서 있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일대에 자리 잡은 정선 아리랑시장은 2일과 7일에 열리는 전통 5일장으로, 가을이 되면 5일장 가을 대축제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몰려드는 강원도 대표 전통 장터입니다. 정선 아리랑의 구슬픈 가락처럼, 이 장터에는 도시의 시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고 진한 감성이 있습니다. 오늘은 정선 아리랑시장 가을 대축제의 특별한 매력을 실제 경험과 함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일과 7일에만 열리는 장터의 특별함, 5일장이 살아 있어야 정선이 삽니다
정선 아리랑시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5일장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매일 여는 상설 시장과 달리, 5일에 한 번씩 장이 서는 정선 아리랑시장은 매월 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에 문을 엽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정선 인근 지역의 농부, 약초꾼, 손 솜씨 좋은 어르신들이 저마다 직접 재배하거나 채취한 것들을 가지고 모여듭니다. 이 물건들은 어디서도 살 수 없는, 그날 그 사람이 가져온 것들입니다. 마트에서 파는 균일한 상품과는 근본부터 다릅니다. 가을 축제 기간에는 이 5일장의 매력이 극대화됩니다. 백두대간 자락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과 약초, 직접 재배한 감자와 옥수수, 곤드레, 취나물 등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들이 장터를 가득 채웁니다. 도시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 약초나 손으로 직접 만든 된장, 고추장, 메주 등 전통 발효 식품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정선 특산물인 곤드레는 이 장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봄에 채취해서 말려둔 건 곤드레와 갓 손질한 생 곤드레를 함께 판매하는데, 정선에서 직접 구입하는 곤드레의 향과 맛은 다른 지역에서 구입하는 것과 확실히 다릅니다. 가는 방법은 서울 동서울터미널이나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정선행 버스를 이용하거나,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정선역에서 하차하면 됩니다. 자가용 이용 시 시장 인근 정선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축제 기간에는 임시 주차장도 운영됩니다. 정확한 축제 일정은 정선군청 공식 홈페이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시장애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곤드레밥, 메밀전병, 올챙이국수, 강원도 산골 밥상이 한 장터에 모두 모였습니다
정선 아리랑시장 가을 축제에서 먹거리를 빼면 이야기가 절반도 안 됩니다. 이곳의 음식들은 강원도 산간 지역의 자연이 그대로 밥상 위에 오른 것들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한 입 먹으면 이게 진짜 음식이구나 싶은 진솔한 맛이 있습니다. 정선의 대표 음식인 곤드레밥은 장터 안 식당들에서 빠짐없이 만날 수 있습니다. 향긋한 곤드레 나물을 넣어 지은 밥에 들기름과 간장을 넣고 비벼 먹는 이 음식은 단순하지만 질리지 않는 깊은 맛이 있습니다. 가을 축제 기간에는 직접 재배한 곤드레로 만든 곤드레밥 체험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메밀전병은 정선 5일장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입니다. 메밀 반죽을 얇게 부쳐 김치와 당면을 넣고 돌돌 말아 낸 메밀전병은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장터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메밀전병은 어떤 레스토랑의 메뉴판에도 없는, 오직 이 장터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입니다. 올챙이국수도 정선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입니다. 옥수수 가루를 쑤어서 구멍 뚫린 판에 눌러 올챙이 모양으로 만든 이 음식은 처음 보면 생소하지만,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비벼 먹으면 독특하고 중독적인 맛에 자꾸 손이 갑니다. 가을에는 햇옥수수로 만든 올챙이국수가 가장 맛있다고 장터 어르신이 귀띔해주셨습니다. 황기와 더덕 등 강원도 산간에서 나는 약재를 넣어 만든 약선 음식들도 축제 기간 특별 부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이 모든 음식들을 파는 좌판이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우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흥정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이며 장터만의 활기가 만들어집니다.
직접 가본 정선 아리랑시장 가을 대축제, 메밀전병 파는 할머니의 구수한 정선 아리랑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장이 서는 날을 맞춰 정선을 찾았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남짓 달려 정선읍내에 도착하니, 버스 터미널 앞부터 이미 장꾼들이 보따리를 들고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시장 방향으로 걸어 들어가니 골목 양옆으로 좌판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파란 비닐 천막 아래 할머니 한 분이 직접 채취한 버섯을 쌓아두고 파고 계셨고, 그 옆에는 직접 담근 된장을 작은 통에 담아 파는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두 분 다 가격을 물어보면 그냥 가져가라며 손을 젓는 통에 오히려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결국 사과 한 봉지와 건 곤드레 한 묶음을 사고 나서야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습니다. 메밀전병 파는 좌판 앞에 서니 할머니 한 분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메밀 반죽을 얇게 부쳐 속 재료를 넣고 돌돌 말고 계셨습니다. 한 줄 집어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메밀 특유의 구수한 향과 함께 새콤한 김치 맛이 퍼졌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두 줄을 더 사서 걸어 다니며 먹었습니다. 장터 한쪽에 작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정선 아리랑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메밀전병 파시던 그 할머니가 공연을 보다가 절로 흥이 나셨는지 입으로 아리랑을 흥얼거리셨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아름다워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바라봤습니다. 정선 아리랑은 공연 무대에서 들을 때보다 시장 골목에서, 장을 보러 나온 어르신 입에서 흘러나올 때 훨씬 더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가을 햇살이 산으로 둘러싸인 정선 읍내로 비스듬히 내려앉는 오후, 장터를 천천히 걸으며 들은 그 아리랑 가락이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정선 아리랑시장 가을 대축제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닙니다. 오래된 것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곳,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입니다. 그 느낌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분이라면, 다음 장이 서는 날을 기다리게 된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참고 문헌 및 사이트
- 정선군청 공식 홈페이지: www.jeongseon.go.kr
- 정선 아리랑시장 공식 안내: www.arirangmarket.co.kr
